가위 눌림과 귀신


'가위'라는 말이 있습니다. 보통 가위 눌리는 현상에 대해 귀신이 말을 걸었다던가,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던가, 귀신을 봤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 가위 눌림이란 무엇일까. (귀신의 존재에 대한 얘기는 할 필요도 없겠죠.) 그럼 미국에서는 가위를 뭐라고 부를까?

일반적인 언어로 따로 부르는 말 없습니다. 그냥 nightmare, 악몽이죠. 대신 정신의학자들이 쓰는 말은 있습니다. sleep paralysis. 우리말로는 수면무력증, 수면마비라고 번역합니다. 그럼 그 수면마비란 뭐냐, 렘 수면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쉽게 말하면 몸은 자는데 정신이 깨어있다고나 할까요. 정상적인 렘수면 상태에서는 호흡근육과 눈의 근육만 제외하고 모든 근육의 힘이 빠지고 뇌파는 졸린 상태와 비슷한 낮은 전파의 파형을 나타내고, 많이들 알고 있다시피 급격한 안구운동이 나타납니다. 이때 자고 있는 사람 눈꺼풀 위를 들여다보면 눈동자가 왔다갔다 하는 게 보입니다. 흐흐. 렘수면 시에는 뇌파상태 때문에 다른 수면상태보다 잠이 깨기 쉬운상태입니다. 다른 수면상태를 간단하게 살피자면

NREM: 4단계로 1~2 단계의 얕은 수면, 3~4단계의 깊은 수면. 3~4단계는 수면의 초반에 많이 나타난답니다.
REM수면

이 5단계가 3~5번 반복되면 하룻밤이 되는 거지요. 자세한 설명은 웹에서 쉽게 찾으실 수 있지요.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가위눌림(수면무력증/수면마비)은 렘수면 중 신체 근육이 마비된 상태에서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입니다. 정신은 깨어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소리를 질렀는데 옆에서 자던 사람이 야속하게 듣지 못했다거나, 몸부림 치려고 하는데 몸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고 하는 거죠. 이 상태에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고하는 증상이 뭐냐 하면

소리를 지르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몇 분 혹은 오랫동안 움직일 수 없다
불안하고 공포감을 느낀다
누가 내 위에 앉아있는 것 같다(짓누르는 느낌이 난다)
호흡이 힘들다
환시가 보인다
환청이 보인다

등을 보고하죠.

그런데 참 신기한 건, 이 상황에 대한 해석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위 눌렸을 때 귀신을 보았다, 죽은 가족을 보았다, 귀신/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많이 표현합니다. 그리고 미국 사람들은...? 50~60년대 이후로 외계인에 의한 납치, 외계인으로부터의 메시지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문화가 어떻게 인지를 구성하는지, 상황을 해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악몽이야 이 정도면 귀엽겠고...

이 정도면 난감....


그러니까 가위 눌리실 때 "헉! 귀신" 하면서 걱정하시지 마시고 그냥 요즘 내가 잠을 깊게 못자는구나 하시길. 보통 이사하고 나서 가위에 눌린다고 혹시 집터가 안 좋아서...?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이사는 인생에서 경험하는 사건들 중에 아주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건들 중에 하납니다. 말 그대로 '스트레스 때문에' 잠이 깊게 안 드는 게 문제지. 집터는 별 상관 없을 겁니다. 설마 상관이 있다해도(환경이 안 좋다던가) 점집에 가서 해결할 일은 아니니까 제발... 그리고 가위 눌림을 너무 자주 경험한다면 수면의 질이 꽤 안 좋은 거에요, 깊은 수면을 돕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약도 있고, 환경을 바꾸는 방법도 있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시고요.

부끄럽지만 과학밸리.

by 양몽구 | 2009/01/18 02:10 | note | 트랙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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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 Stella et .. at 2009/01/18 02:34

제목 : 가위 눌림의 기억
미스터리 특공대란 곳에서 '가위 눌림'과 관련한 내용이 나오더군요. 흔히 수면 마비라 불리는 현상으로 압니다만... 고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가위 눌림을 경험했고, 제법 강렬한 가위를 3번 정도 눌렸던 기억이 납니다.고등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합니다. 자다가 새벽 4시경 눈을 떴습니다. 그런데 목 아래쪽이 전혀 움직이지 않더군요.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그런데 눈 앞에 누군가 보였고, 그 사람 - 남자로 기억 - 이 제 위에 올라 타서 누르는 ......more

Commented by Cranberry at 2009/01/18 15:47
제가 실제로 그렇습니다. -_-
전 사실은 오랫동안 저는 가위같은 거 안 눌리고 산다고 생각하고 살았었는데,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죠. 헉, 난 사실 가위 꽤 자주 눌리고 있었구나! 라고요. 단지 전 가위에 눌렸을 때 귀신을 보는 게 아니라 그냥 현실과 꿈의 중간쯤에서 약간 취한듯 각종 재미있는 감각 실험을 해 보는 기회로 삼고 있을 뿐(...) 가위가 시작되면 은근히 반기기까지 한다죠. 그거 재밌거든요. ^-^
Commented by 양몽구 at 2009/01/18 20:48
전 오직 다시 잠들고 싶다 생각 하나뿐, 하하.
저도 사람들이 말하는 가위인지 나중에 알았어요.
Commented by 모깃불 at 2009/01/18 19:07
ㅎㅎㅎ 수맥이 문제라며 철사를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자나-_-

아 나는 전날 밤을 새서 피곤 -> 잠 -> 피곤하니 가위눌림 -> 끙끙거리며 겨우 깸 -> 하지만 전날 잠을 못잤으니 졸려서 또 잠 -> 또 가위 -> 깸 -> 또 가위.....
의 무한반복이 너무나 무섭다능 ㅠㅠ
잠을 못잔 날이 길어질수록 루프의 길이도 길어진다는....
Commented by 양몽구 at 2009/01/18 20:47
dowser라고 부른대

아마 수면 전반부에 깊은 잠 단계가 집중한다니까 그렇게 깨고 나면 깊은 잠이어려운가봐.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1/19 09:40
진짜 귀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정말.... 대략난감이죠.
Commented by 양몽구 at 2009/01/20 02:09
신내림의 해석에 대해 언제 포스팅 한번 할 예정입니다. 영혼의 존재엔 회의적이면서 묘하게 신내림 현상은 믿는 사람이 꽤 많아 놀랐습니다.
Commented by 님하 at 2009/01/20 17:12
이깟 귀신한테 안져라고 오기부렸던 기억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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