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의 끝에 개짓 생각.

-맥북프로, 킨들, 아이폰, 타블렛
1.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버나드 쇼 묘비명이라고 했던 문구가 생각나서 원문을 찾아봤더니 <I knew if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라고 한다. 음, <살만큼 살면(무덤 근처에 오래 있다보면) 죽을 날이 올 걸 알았지>에 더 가까운 거 같은데. 

2. 아무튼 우물쭈물 하다가 아버지께서 부탁하신 일도 못하고, 남편이 부탁한 일도 못하고 그래서 어제 밤엔 하나라도 끝내고 장렬히 전사하리라는 굳은 신념으로 아버지 쪽 일을 끝내고 남편 랩탑 디스플레이에 문제가 생겨서 해결 방법을 찾다가 계획대로, 장렬하게 오전 5시에 키위새 인형을 끌어안고 기절. 맥북 프로 고장 난 김에 오늘은 gadget 이야기.

3. 맥북 왜 이러냐! 남편 랩탑이 2008년 or 2009  맥북프로 13인치인데, 2년 간의 할부금 납부가 저번 달에 끝났다. 그 동안 배터리 어댑터 고장나서 새로 샀고 지금은 디스플레이 이상. 화면이 뿌옇고, 밝은 색 표현이 안되서 줄이 좍좍 간다. 아무래도 그래픽 카드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 서비스 배터리도 떠 있는 걸 서비스 센터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그러는 중. 배터리에까지 문제가 있으면 대체 이 랩탑을 유지하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 거야. 검색을 해봤더니 듀얼 그래픽 카드라 Evergy saving 메뉴에서 성능을 최대로 옵션을 선택하면 다른 그래픽 카드로 수동 전환이 가능하대서 보니 그 옵션이 없는 거다. 알고보니 인텔 내장 그래픽 카드를 사용하는 모델은 듀얼 그래픽 카드가 아니라고 -_- 결국 서비스 센터 밖에 답이 없는 건가. 얼마를 받으려나. 물론 가난한 영혼들은 1년 워렌티 구입 같은 건 꿈도 안꿨었다. 하긴 워렌티 있다고 죄다 무상 수리도 아닌걸. 

4. 그러게 내가 그냥 PC가 최고라고 했잖아! 랩탑 껍데기 핥아먹고 살 일 있냐!

5. 난 원래 전자제품 고장 잘 안내는데 사실 우리집 킨들 내가 떨어뜨려서 고장냈다. 남편에게는 갑자기 멈췄다고 말한 다음 아마존 상담원과 긴긴 통화를 나눈 후 
  • 아마존이 킨들 신용카드에 구매액을 재결제 하고
  • 내가 새 킨들을 받고 
  • 고장난 킨들을 보내면 
  • 결제된 금액 환불
이 아마존 킨들 교환 절차라는 걸 알았다. 일단 그래서 진행하기로 했는데 창피한 이야기지만 그때 신용 카드 사용이 불가한 상태라 구매액 결제가 불가.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보니 아마존이 그냥 결제 금액을 환불해줬다. 환불은 안된다더니 그렇게 되었음. 신용 카드 사용이 불가한 상태였다는 데서 유추할 수 있듯이 매우 빈한한 시절이라 결제 금액 환불 된거 보고 무지 기뻐했었다. 
아마존 상담원(샤리프 뭐시기 굽타씨)과 통화 중 기억에 남는 것, 한참 중요한 얘기 다 끝내고 나서
상담원: 거기 살기가 어떤가요?
나: 네?
상담원: 날씨라던가...
나: (상담 매뉴얼에 있구나) 아 여기가 지금 날씨가 36도 정도 되는데 아하하 거기보다는 안 덥죠?
상담원: 하하 네 겨울엔 날씨가 어떻...
이렇게 뜬금없이 날씨 얘기랑 류블랴나는 어떻게 읽어야 하냐는 등 샤리프 뭐시기 굽타씨와 쓸데 없는 대화를 했었다.  

6. 아이폰을 쓰고 싶어서 혹시나해서 구매조건을 보니 2년 가입, 기계값 1유로에 한달 기본요금이 
  • 28유로(100메가 or 100분)+100메가: 41,000원-이건 기계값 9유로
  • 38유로(300메가 or 300분, 문자 무료)+500메가: 56,000원
  • 43유로(400분, 문자 데이터무료)+1기가: 64,000원
  • 63유로(통화 데이터 문자 무제한)+3기가: 94,000원
여기에 같은 통신사 회선으로는 무료통화. 그런데 데이터통신 무료에 1기가, 3기가를 더하는 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이폰을 쓰려면 적어도 500메가 정도는 사용해야하니까 38유로. 거기에 통화비를 생각하면 제일 자주 통화하는 남편 전화도 같은 통신사로 바꿔야하고 통화료도 적어도 5유로~10유로는 든다고 하면 
  • 38유로
  • 통화료10유로
  • 세금 20%=9.6유로=>10유로
매달 58유로, 87,000원.
미쳤다... 아이폰 깨끗하게 포기했다. 현재 쓰는 요금제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껄껄) 15유로에 통화, 문자 완전 무료에 100메가 데이터 제공이라 비교를 할 수가 없다. 음, 그런데 15유로를 한화로 계산하니 23,500원이라 별로 싸지도 않네. 

7. 랩탑 할부금을 다 내고 나니까 같이 사는 생명체(지칭 전환)가 기쁨에 겨웠는지 무슨 타블렛 종류를 할부 프로그램으로 사고 싶다고 염불을 외는데 우리 아직 여기 저기 진 개인 부채 상환도 안 끝났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지그시 얼굴을 바라보았더니 사지 말라는 이야긴 줄 알고 체온과 혈압을 높일 준비를 하길래 재빨리 전략을 바꿔 타블렛이란 기기의 정체성이 매우 모호한 상태라는 등, 어느 어느 회사에서 타블렛을 단종을 시키고 그냥 넷북이나 가볍게 만들자고 했다는 등, 타블렛으로 좀 알찬 생활을 할 거 같지만 결국 들고다니는 유튜브 재생기에 그립감 안 좋은 게임보이나 될 거라는 등 데이터 통신도 500메가는 신청해야 쓸만할텐데 그 가격도 기계값에 합산해보라는 등 몇가지 이유를 댔더니 나에게 혹시 너 모니터라던지 본체가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본다. 하 이런 꼼수에 휘둘리면 내가 %%대학교 앞 거지녀로 살아온 *년 세월을 부정하는 격이지. 하지만 너무 안 된다고 하면 더 불이 붙는 법이라 
"당연히 열심히 돈 벌어왔으면 뭐 좀 사고 즐기기도 해야지, 그런데 어디에 요긴하게 사용하고 싶은지 본인의 취향을 정리해보고 그 기능에 가장 적절한 기종을 찾아보고, 2~3개 모델을 정해서 일주일동안 리뷰를 열심히 찾아보고, 매장가서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사자." 고 했다. 욕구 충족 지연(delay gratification)의 수법을 들키지 않으려면 나중에 육아서를 검열해서 보여줘야할지도 모르겠다. 

8.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사무용, 가정용 본체 개념 견적 같은 거 검색해서 대충 정리 해봤다. 그러고보니 내 랩탑 Lenovo x61도 키가 세개나 없어지고, 배터리는 이미 사망, 쿨링팬에 장애가 있어서 석달에 한번씩 열어서 재연결을 해줘야하는데... 모니터 큰거 사봤자 어차피 내 랩탑은 큰 화면 지원도 안되는데 하는 상상을 하다가 거의 5년째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서 돈이 생기면 옷을 좀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9. 돈 많이 벌어서 된장녀 되고싶다. 내 꿈은 된장녀. 멋있는 된장부인이 되고싶다.
"아 자꾸 후기 들여다보지 말고 그냥 나가서 사갖고 들어와! 푼돈 갖고 시간 쓰지 마!"
"힘들면 때려쳐! 집에 와서 애나 봐! 애 잘 키우는게 돈 버는 거야!"
아 이런 호통 치고싶다...

by 양몽구 | 2011/12/30 07:37 | everyday lif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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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emilla at 2011/12/30 10:30
1. 살만큼 살다보면 죽을 날이 올 줄 알았지가 맞아요. 우물쭈물이라는 말은 어디서 나온 건지 신기하네요.

7. 솜씨 좋으십니다! 저도 남편한테 좀 저래봐야 하는데 말이지요.... 요즘은 살기 바빠서 알아서 자제 중이지만 말입니다.

9. 저도 돈이 많아서 장볼 때 뭐가 더 경제적인가 고민 안 하고 살아봤으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드릴러 at 2011/12/30 12:14
헤헤 왠지 사진도 없는 장문인데 다 읽었네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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